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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어를 어찌할까요"
  • 문틈 시인
  • 승인 2017.07.0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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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강이나 연못에 ‘베스’라는 물고기가 들어와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된 구문이다. 수천 년 이 땅에 살아온 물고기들이 갑작스런 외래 물고기의 출현에 혼비백산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개구리, 벌, 식물 같은 헤아리자면 무척 많다.

이런 동식물들만 외래종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날마다 쓰는 외래어가 우리말을 구축하는 현상은 더욱 우려스럽고 심각하다. 신문, 잡지, 간판, 일상 언어에 등장하는 외래어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글자만 한글로 썼다 뿐이지 외래어 투성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부닥치는 가장 큰 난관은 외래어라고 한다. 글자 모양은 한글인데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외래어 때문에 정착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만이 아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도 외래어 등쌀에 짜증이 날 정도다. 심지어 '콩글리쉬'가 득실거리고 있다.

한때는 언론이 외래어 사용에 어느 정도 자제를 하는 듯한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제한 없이 유통하고 있다. 외래어 쓰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모양새다. 이 나라에 침투해서 우리말에 함부로 섞여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만을 모아 사전을 만든다면 좋이 책 한 권은 만들 수 있을 터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제간의 문화 교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더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세계가 한 그물에 들어 있는 때다. 문화 교류를 통해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을 하고, 지식을 주고 받는 것은 지구촌 시대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어에서 외래어의 남발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사실 외래어라고 했자 거개가 영어다. 카페에 가서 주문할라치면 온통 외래어로 도배되어 있다.

일본어의 경우는 우리말에서 특정 전문 영역에 좀 남아 있지만 일상 언어에서는 거의 퇴출되었다. 일어를 사용하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고, 일본어 퇴치 운동이 활발히 행해져 없애는 데 성공했다. 일어의 경우는 한일간의 역사적 맥락에 닿아 있으므로 문화교류와는 다른 차원의 일로 간주된다. 영어는 괜찮고 일어는 안되는 모순을 일반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영어는 날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의류나 미용, 음식, 체육 등에는 영어가 우리말보다 더 많이 사용하다시피 한다. 외래어 사용에 시비를 거는 것은 골수 국수주의 사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말이 곧 얼이라는 말이 있듯이 외래어를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하다보면 우리의 정체성 즉 얼을 훼손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기는 오래 전 어느 작가는 영어 공용어를 주장한 일도 있었다. 현대 문명의 주요한 정보 유통이 영어로 되는 현실을 고려해서 그런 말을 한 모양이었다.

정보화 시대에 영어가 더욱 중요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치자. 또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태어나서부터 일평생 영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현실이다. 영어를 모르면 ‘반 벙어리’로 취급하는 오늘의 세태는 한참 잘못되었다는 거다.

대학입시는 물론 각종 채용 시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이다 보니 영어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업무 능력과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영어는 주요 경쟁 수단이다. 그런 사회 양상이 우리 일상어에까지 영어가 뒤범벅 섞여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것까지 묵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고위 관료에 기용되는 인물들의 언론 소개 기사에는 으레 ‘영어에 능통’이라는 어귀가 심심찮게 보였다. 영어 잘한다는 것이 큰 능력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는 한국인에게 있어 생존 도구나 마찬가지다. 통탄할 일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 채용 서류에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같은 것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공감하고 동의한다. 차제에 공무원 시험에 우리말 시험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어시험과는 다른 우리말 능력 시험 같은 것을 치르게 해서 그 비중을 크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집집마다 영어사전 한 권 없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한글사전을 가진 집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있다고 해도 한글 사전을 얼마나 펴보고 어문 생활을 하고 있을까. 정확한 말을 사용해야 정확한 사고를 한다는 철학자 베이컨의 말대로 정확한 우리말 쓰기를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정확한 한국인이 된다는 생각이다.

유아 때부터 영어 가르치는 열심으로 우리말을 가르친다면 똑바른 우리의 정체성을 갖추게 될 터이다. 국민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제는 첫째가 언어 생활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영어 사용을 그대로 둔다면 나중에 무슨 화를 입게 될지 자못 우려스럽다.

문틈 시인  webmaster@n541.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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